貧家女 (빈가녀: 가난한 집 딸)
天下無正聲 (천하무정성), 悅耳卽爲娛 (열이즉위오). 人間無正色 (인간무정색), 悅目卽爲姝 (열목즉위주). 顔色非相遠 (안색비상원), 貧富則有殊 (빈부즉유수), 貧爲時所棄 (빈위시소기), 富爲時所趨 (부위시소추). 紅樓富家女 (홍루부가녀), 金縷繡羅襦 (금루수라유). 見人不斂手 (견인불렴수), 嬌癡二八初 (교치이팔초). 母兄未開口 (모형미개구), 已嫁不須臾 (이가불수유). 綠窗貧家女 (녹창빈가녀), 寂寞二十餘 (적막이십여). 荊釵不直錢 (형차불치전), 衣上無直珠 (의상무치주). 幾廻人欲聘 (기회인욕빙), 臨日又蜘躕 (임일우지주). 主人會良媒 (주인회량매), 置酒滿玉壺 (치주만옥호). 四座且勿飮 (사좌차물음), 聽我歌兩途 (청아가량도). 富家女易嫁 (부가녀이가), 嫁早輕其夫 (가조경기부). 貧家女難嫁 (빈가녀난가), 嫁晩孝於姑 (가만효어고). 聞君欲娶婦 (문군욕취부), 娶婦意何如 (취부의하여). |
천하에 바른 음악 없으니, 듣기 좋으면 기쁜 것이고, 세상에 바른 용모 없으니, 보기 좋으면 예쁜 것이다. 용모는 별 차이 없지만, 빈부는 차이가 있으니, 가난하면 세상에 버림 받고, 부유하면 세상이 따른다네. 붉은 누각의 부잣집 딸, 금실로 수놓은 옷 입고, 사람을 보고도 못 본척, 순진한 열여섯 어린 나이, 오빠가 말 꺼내지 않아도, 시집가는 건 문제 없으리. 무색 창가의 가난한 집 딸, 쓸쓸히 보낸지 이십여년. 가시나무 비녀는 일푼도 안되고, 옷에는 값진 구슬 하나 없다. 몇 번이고 폐백을 보내려 해도, 기일이 되면 또다시 머뭇머뭇. 주인은 중매장이 불러놓고, 옥호리병에 술을 가득 채운다. 사람들아 잠시 마시지 말고, 내 노래 두 마디 들어보소. 부잣집 딸은 시집가기 쉬워, 일찍 가도 남편을 무시하고, 가난한집 딸은 시집가기 어려워, 늦게 가도 시부모께 효도하오. 그대는 장가가려 한다는데, 어떤 아내를 얻고 싶소? |
오대(五代) 위곡(韋穀)의 ≪재조집(才調集)≫에서는 이 시의 제목을 <빈가녀(貧家女)>라 하였다.
이 시는 당시 사람들이 결혼할 때 가난한 집 보다는 부잣집을 훨씬 선호하여 가난한 집 딸은 시집가기 조차 어렵다는 비참한 상황을 풍자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빈부 격차로 인한 구혼인제도의 모순은 비단 당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므로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부잣집 딸은 시집가기 쉬워, 일찍 가도 남편을 무시하고, 가난한 집 딸은 시집가기 어려워, 늦게 가도 시부모께 효도하오"라는 구절은
전통적 유가사상에 입각한 시인의 인간성 구현을 표출한 것으로, 부유한 자의 거만함과 가난한 자의 인자함을 대비하면서 봉건사회의 어려움에 처한 서
민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