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귀농)생활

내손으로 전원주택짓기-전원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점검 8가지 사항

천부(泉扶) 2006. 6. 18. 13:15

내손으로 전원주택짓기-전원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점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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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꿈과 현실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이다. 꿈은 크고 풍부하게 꾸되 현실의 설계 작업에서는 그 꿈을 좀 더 깊이있고 현실에 맞게 각색해야 한다. 꿈과 현실의 조화, 전원주택 마련 때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들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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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흔히들 도시의 삶이 짜증난다고 말한다. 자연과 더불어 편하게 살고자 하는 외침의 소리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려온다. 이런 짜증속에는 으례 어린 시절의 시골 추억들이 떠오르고 전원생활이 이야기된다.
그러면서 현재의 도시생활에서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으로 서울 근교에 자리잡은 아늑한 전원도시를 상상하게 된다. 상상속의 전원풍경은 사진이나 잡지에서 종종 보는 유럽풍의 호젓한 집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필자는 약 20년동안 미국과 한국에서 주택설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수의 주택을 설계하고 감리를 했다. 건축사들이 건축주들을 만나 설계를 하다보면 언제나 꿈과 현실간의 괴리를 수없이 느끼면서 서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안타까워 한다. 건축은 꿈과 현실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이다. 꿈은 크고 풍부하게 꾸되 현실의 설계작업에서는 그 꿈을 좀 더 깊이있고 현실에 맞게 각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예로 서울에 사는 K씨의 전원주택을 설계할 때 설계를 의뢰할 당시에는 무수한 요구조건과 상상으로 자기가 그리는 이상형의 집을 설명하고 건축비 면에서도 평당 4백50만~5백만원정도의 고품질의 고급주택을 의뢰해 왔다. 설계의 기본방향, 주택의 규모 등 모두 의뢰인의 요구에 맞게 기획되고 디자인되어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실시설계가 끝나기 전 30%, 60% 정도 설계작업이 진행되면서 견적을 냈고 그 금액이 합당하여 좋다고 했는데 막상 설계가 90%이상 진척되고 입찰시기에 이르자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전문 시공회사의 견적을 받고 나서는 누구는 평당 얼마에 집을 지었고 누구는 또 평당 얼마에 지었다면서 줄다리기를 하고 본인은 애당초 얘기했던 품질의 집을 원하면서도 공사비는 그것의 절반가격에 하려고 하는 의도를 내비친다. 이런 경우 설계와 시공이 따로따로 되고 건축주의 의도는 의도로만 남아있지 실현될 수 없다. 이러다보면 공사를 한 당사자도 건축주도 설계자도 프로젝트를 완성시켰을 때는 결국 실망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는다. 무엇보다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첫째, 예산과 현실과 꿈의 3각구도를 잘 고려해 설계전문가들의 마케팅과 프로젝트 예산구상에 관해 상세한 의견을 듣고 원하는 주택의 규모와 예산을 책정해 처음부터 모든 조건에 알맞는 적당한 디자인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전원의 삶을 그리다 보면 현실을 무시하고 일부터 저지르는 수가 있다. 가족들의 보금자리인 주택의 위치를 선정할 때 특히 그렇다. 서울 도심에서 외곽으로 벗어나다 보면 산 좋고 물 맑은 자연풍광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전원주택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경치에 자기도 모르게 도취된다. 그러나 주택은 삶의 보금자리로 휴식을 취하고 내일을 대비하는 자리다. 그리고 언제나 일상생활이 엮어지는 곳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루 이틀 아니면 한 1주일 정도의 휴가로는 산속깊은 곳, 물맑은 곳, 풍광이 좋은 곳을 택하면 좋겠지만 평생 그곳에 살라면 과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삶의 터전인 직장과 가족들의 생활반경을 고려해 등하교, 출퇴근 시간이 편도로 1시간 미만인 곳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하루이틀의 피로가 장시간 계속되면 의욕상실, 인내심 부족, 체력미비로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가 1년후나 2년 후면 싫어지는 경우가 흔히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셋째, 생활패턴이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도시민이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갔다하여 곧바로 농촌인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자연과 더불어 전원인으로 탈바꿈하는데는 4계절이 지난 후에나 적응이 된다. 적응도 하기전에 이웃과 마찰 및 감정대립으로 맞서게 되면 그것을 풀어내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존 마을에 있는 농가주택을 개조해 전원주택을 만들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자신이 잘 어울려 살 수 있는지를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평가해 보아야 한다. 언제나 나는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보다는 내가 그들의 생활상과 사고방식에 공감할 수 있고 같이 행동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 머리속으로야 무엇이 문제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특히 나는 아니지만 내 주변의 가족에 대한 변수도 생각해야 한다.

넷째, 유유상종이라는 우리의 고사성어가 있다.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을 좋아하면서 무리지어 살게 마련인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전원생활도 이렇듯 유유상종하여 사는 것이 좋다. 그래서 동호인주택, 조합주택 등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계획 단계에서는 서로 좋은 관계에서 의기투합한다. 이들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어 의견 합의도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실질적으로 자금이 투입되어 공사를 할 때가 되면서 비슷한 취향의 인간들이 구성하는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쩌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할지 모르지만 여러 부류가 어울려 사는 단지형 전원주택이 새로운 사회의 도전이며 새로운 이웃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더불어 옛 친구들과 동호인은 동호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다섯째, 소규모의 단지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도심 외곽에서 살아가는 전원에서는 중규모, 대규모 단지가 소규모 단지보다 낫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현행법상 19세대까지는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득하면 되지만 그 이상은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거기에는 공공복리시설, 설비, 유틸리티 시설들이 많이 포함되어져 있어야 하므로 소규모 영세업자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자본력이 있고 대규모 사업을 해본 회사나 개인만이 가능하다. 이런 대규모 단지들의 장점은 어린이 교육문제 등 도시와 떨어진 장소에서 주거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의 편리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므로 생활의 윤택함이 따라줄 것이다.

여섯째, 부지를 구입하고 건축물을 짓기까지는 법적 절차상 꼭 득해야 하는 수많은 인허가 문제가 있다.   대기업이 대규모 택지개발을 하거나 토지개발공사가 택지개발을 한다면 아무 문제없이 하나의 필지만 구입하면 되지만 소규모의 동호인주택이나 혼자 집을 지으려면 거쳐야 할 사소한 인·허가의 관문이 많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다. 여기에는 자금과 시간이 같이 따라다닌다. 재수좋게 구매한 부지가 아무런 제약조건이 없으면 다행이겠지만 전원주택 부지로 선호하는 필지들은 현행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간혹 있다 하더라도 땅값이 너무 비싸 투자가치는 거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상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음.)

일곱째, 살아야할 단지 및 필지의 구상인데 여기서도 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상과 꿈만 쫓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주변상황이 자연 그대로인데 굳이 단지만 화려하고 분위기 좋은 공동시설을 설치하려고 하면 프로젝트의 시작 초기에는 누구나 구상하는 것이고 사업이 시행되어 감으로서 의견의 차이가 나타나 훗날 유지관리 및 규정상에서 맹점을 갖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한 예로 동호인 주택단지에서 각자가 원하는 취향이 다르다고 보면 그 마을의 모습이 주택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경우가 간혹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마을이 생성된 후에 그 마을이 갖는 개성을 갖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어떤 규칙을 정해 그 단지 및 마을의 밑그림과 모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땅이 넓다고, 집이 크고 좋다하여 주택의 가격이 높은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마을의 특징에 따라 똑같은 대지에 똑같은주택이라도 금액면에서 2~3배 차이가 난다. 흔히 잘 알고 있는 베버리힐즈 같은 지역을 연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여덟째, 그 지역이 가지는 공동시설들이다. 예를 들어 상수도나 하수도, 도시가스, 전기, 전화, 케이블TV, 방범시설, 도로 등은 인간이 사는 마을을 형성하는 필수조건이다. 이 부분중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가능한가, 또는 무엇이 불가능하며 불가능한 경우 어떤 대안을 만들고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인지, 이 비용은 계산하고 있는 예산과 맞는지를 비교분석해야 한다.

 

산수 좋고 맑은 공기, 풍광만 좋다고 성급히 결정할 경우에는 시간과 자금을 낭비하면서 일을 풀어나가다 보면 자연을 즐기기에 앞서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상과 같이 자연속에서 나와 가족이 같이 호흡하면서 안락한 21세기의 삶을 영위하려면 무엇보다 우선 전반적인 기획과 여건 체크, 주변상태 및 환경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글·/ 여구호(한국·미국 건축사)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