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 이야기--세 가지 즐거움(野言三樂)
1.同會心友 登山趺坐 浪談 談倦 仰臥嚴際 見靑天 白雲飛繞半空中 便欣然自適.
(동회심우 등산부좌 낭담 담권 앙와엄제 견청천 백운비요반공중 편흔연자적)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산에 올라 편안히 도사리고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것도 싫증이 나면 바위에 벌렁 드러누워 바위 끝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흰구름이 날아와
허공에 감아 돈다.문득 기분이 좋아져 흐뭇한 행복감에 젖는다.
2. 霜降木落時 入疏林中 坐樹根上 飄飄黃葉點衣袖 野鳥從樹梢飛來 窺人荒凉之地 乃反淸曠.
(상강목낙시 입소임중 좌수근상 표표황엽점의수 야조종수초비래 규인황량지지 내반청광)
서리 내리고 나뭇잎 모두 떨어진 날 엉성한 숲속에 들어가 나무등걸에 앉으니
바람에 흩날리는 누른 잎이 옷소매에 떨어진다. 들새는 나뭇가지 끝에서 날아와 쓸쓸한
땅위에 사람모습 훔쳐보는구나. 그러나 나는 오히려 마음 후련하고 상쾌하다.
3. 閉門閱會心書 開門迎會心客 出門尋會心境 此乃人間三樂.
(폐문열회심서 개문영회심객 출문심회심경 차내인간삼락)
문 닫고 들어 앉아 읽고 싶은 책을 펴는 일, 문 열고 반갑게 그리운 친구 맞는 일,
문밖으로 나서서 자연의 아름다움 찾는 일.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
4.霜降石出 潭水澄定 懸岩嶕壁 古木垂蘿 皆倒影水中 策杖臨之 心境俱淸
(상강석출담수징영 현암추벽 고목수라 개도영수중 책장임지 심경구청)
서리 내린 산에는 돌만 비죽 솟았고, 고요한 연못에는 물 맑기가 그지 없다.
깍아지른 바위에 아슬아슬 높은 절벽, 천년 묵은 고목에 감아오른 담쟁이들
이 모든것 물속에 거꾸로 비치는데 지팡이 의지하여 한가하게 걷노라니, 아하 이 마음 어찌 이리 상쾌한가!
5. 良宵宴坐 篝燈煮茗 萬籟俱寂 溪水自韻 衾枕不御 簡編乍親 一樂也.
(양소연좌 구등자명 만뢰구적 계수자운 금침불어 간편사친 일락야)
깊은 밤 고요히 마음잡고 앉아서 등불아래 정성껏 차를 달이니, 온 세상 모든 만물 한결같이 고요하고
시냇물만 제 홀로 소리 내어 흐른다. 침상에서 이부자리 펴지 않는 채 잠시나마 책 보는것 첫째 즐거움.
風雨載途 掩關却掃 圖史滿前 隨興抽檢 絶人往還 境幽室寂 二樂也.
(풍우재도 엄관각소 도사만전 수흥추검 절인왕환 경유실적 이락야)
비바람에 마을길이 온통 질척이니 사립문 닫아 걸고 집안이나 청소하고 서가에 가득 쌓인 經史子集 정리하다
기분대로 이것저것 뽑아내어 읽어 본다. 찾아오는 사람의 발길은 끊겼는데 그윽한 방 고요한 것 둘째 즐거움.
空山歲晏 密雪微霰 枯條振風 寒禽號野 一室擁爐 茗香酒熟 三樂也.
(공산세안 밀설미산 고조진풍 한금호야 일실옹로 명향주숙 삼락야)
텅 비어 적막한 산에 금년도 저무는데 하늘 가득 눈이 내려 온 천지에 흩뿌리고
메마른 가지 끝에 하늬바람 몰아치니 겨울 산새 들판에서 구슬피 우짖는다.
따뜻한 방안에 화로 끼고 들어 앉아 차와 술에 취하는 것 셋째 즐거움.
*申欽(신흠:1566~명종21~1628 인조6)의 작품이다.
이 시조는 朋黨과 兵亂으로 寧日이 없던 선조. 광해군.그리고 인조代에 걸쳐 벼슬살이를 한
象村 申欽의 작품이다. 이런 노래의 주인공들에게 벼슬살이는 과연 무슨 意味를 갖는 것일까?
그러나 양립할 수 없는 두 길에 모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 조선조 선비들의 존재이유인 듯하다.
*"한국의 명문 순례"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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